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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독서(2017)

작성자
달따러가자
작성일
2022-10-25 15:45
조회
109

9k=

"시련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어설픈 위로가 얼마나 폭력처럼 느껴지는지."

- 신동욱(배우, <씁니다, 우주 일지>의 작가)




어떤 책을 소개하면 좋을까...?”

 

몇 달간 저의 마음과 머릿속을 온통 지배하고 있던 고민입니다. 이 책, 저 책 뒤적이다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 단풍이 들어버렸습니다. ‘이 정도면 될까?’ 하는 적당한 마음으로는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매사 조심스럽고 신중한 저의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공감이라는 것은 늘 어려운 데다, 심지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병마와 오랫동안 투쟁하고 계신 분들과 불철주야 그들의 곁을 지키는 가족과 간병인, 삶과 죽음이라는 무게를 짊어진 의료진들에게 어쭙잖은 언어들과 섣부른 추천으로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덜컥 겁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진짜 공감을 건네는 이는 책 속의 화자이며, 동시에 책 속에서 간절히 필요했던 위로의 문장을 발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절망을 이겨보려 애쓰는 당신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문학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자 이 공간이 존재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그저 권해보는 사람이라는 저의 자리를 확실히 하고서야 한 발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각설하고, 오늘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투병을 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입니다. 현대인들은 늘 무엇인가 되어야 한다’, ‘무엇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거나 마음의 병도, 몸의 병도 이겨내야해라는 강박에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안그래도 지치고 고단한 나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이겨내고 정상에 선 사람들의 모습을 칭송하며 모두가 그렇게 돼야만 한다는, 그렇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다는 불안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우리 삶에 있어서 우리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기에 필요한 것이기는 합니다만, 우리 마음의 메커니즘은 이런 채찍과 몰아세움이 있기 전에 '다른 무언가'를 필요로 합니다. 그 '무엇'에 대한 나만의 해결과 위로를 간절히 바라는, 고독한 21세기를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과 투병 생활을 감내 중인 분들을 위해 이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늘 태평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의 밑바닥을 두드려보면 어디에선가 슬픈 소리가 난다."

나쓰메 소세키 -

 

 

단박에 우리를 저 깊은 슬픔 속으로 데려가는 짧은 문장으로 책의 첫머리는 시작됩니다. <절망 독서>를 쓴 가시라기 히로키는 20세에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난치병을 선고받고 13년이라는 시간을 투병했습니다. 꽃봉오리가 막 피어나려는 그 찬란함의 순간에 마주한 청천벽력같은 소식 앞에서 저자가 느꼈을 참담함의 크기는 가히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었던 시기에 저 또한 힘겹게 이겨내고자 하는 오롯한 나만의 절망이 있었기에,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붙들고 싶었고, 이런 사람이 건네는 목소리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저자의 목소리로 담담히 건네는 말들이 들어 있습니다. 대단한 위로의 말도, 힘내라는 그 흔한 말도 적혀있지는 않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런 나라도, 그런 당신이라도 괜찮아라는 토닥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따스함을 통해 절망의 시기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 그 시기를 이겨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나아가 새롭게 새겨지는 의미를 통해 나 스스로의 하찮음을, 나의 절망을 안아줄 마음의 여유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기도 했으니, 이 소개글을 읽고 호기심에 책을 열어보는 누군가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2부에서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힘겨운 시간을 손잡고 함께 걸어준 훌륭한 동행자로서의 문학, 영화, 드라마, 시나리오 등을 소개합니다. 실제 우리의 삶에서는 직접적으로 표현하기에는 날카롭고 아파서 혹은 커다랗고 무거워서 차마 꺼내놓지 못하고 속으로 삼켜내야 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숙명이지요.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문학의 진짜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문학은 허구를 통해, 상징과 비유를 통해 우리의 가장 깊은 곳의 어두움, 추악함, 고통을 드러내기에 우리는 조금 더 안전하게, 유머와 해학으로써 인간의 보편적인 진실들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한, 각기 다른 이유와 전혀 다른 상황에서 절망하고 아파하지만 우리 모두가 언젠가 한 번쯤은 삶에서 경험해 본 적이 있는 마음이기에, 이야기와 함께 울고 웃으며 딱딱히 뭉친 상처들을 녹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글의 말미에 저자는 "서둘러 절망을 극복하려 하지 마세요"라고 다독이며 마무리를 짓습니다.


책의 소개글이라고는 하나 거창한 무언가로 꼭 읽어보세요라고 강력히 권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읽고 쓰는 저의 언어가 짧기 때문이고, 이 책 자체도 특별할 것 없이 잔잔히 흘러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 자신의 병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들, 침대 위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들, 내 인생에 갑자기 찾아온 불행에 단단히 분노한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책을 읽는 누군가는, 혹은 문학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려는 누군가는 '애써 받아들여야만 하는 위로가 아닌 나에게 필요한 위로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문장처럼 때로는 나조차도 알지 못하는 슬픔과 절망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기도 하며, 저자가 말하는 미뤄진 슬픔이 어느 날 갑자기 솟구쳐 칼날처럼 날카로운 슬픔으로 폐부를 찌르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자, 추천의 글을 쓴 신동욱 작가와 이곳에서 추천의 글을 쓰고 있는 제가 공통적으로 여러분들에게 건네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슬픔과 절망을 위로할 수 있기를, 나아가 문학의 깊은 공감으로 안내하는 문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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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5 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