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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The Principles and Practice of Narrative Medicine) (2021)

작성자
마당
작성일
2022-08-07 17:56
조회
145

사의학이란 무엇인가: 현대 의학이 나아가야 할 공감과 연대의 이야기(The Principles and Practice of Narrative Medicine)』 / 리타 샤론, 사얀타니 다스굽타, 리 허먼, 크레이그 어바인, 에릭 마커스, 에드거 리베라콜론, 대니얼 스펜서, 마우라 스피걸 / 김준혁 옮김 / 동아시아 / 2021

의료인과 환자가 문학을 진지하게 읽으면 우리의 의료는 더 좋아질 것이다.”

이 책은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2000년에 Narrative Medicine을 설립한 후 2009년부터 석사과정인 Narrative Medicine Program을 운영해 온 리타 샤론(Rita Charon)과 여러 영역의 연구자들(내과의학, 정신의학, 공중보건학, 글쓰기 창작, 철학, 정신분석, 질적연구방법, 생명윤리, 영문학 등)이 공동으로 집필한 The Principles and Practice of Narrative Medicine(Oxford University Press, 2017)을 번역(김준혁 옮김)한 책이다. 번역서가 나오기 전에 빽빽한 내용의 두꺼운 원서를 한 줄 한 줄 읽으며 끙끙댔던 기억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이 책의 번역서 출간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Narrative(서사, 이야기)”“Medicine(의학, 의료)”이라는 일견 매우 이질적인 두 영역을 접목해 의학에 새로운 접근방법을 시도하려는 “Narrative Medicine”, 아직 공인된 번역어가 없다는 사실이 시사하듯, 일반인에게도 의료인에게도 낯선 영역이다. 하지만 보건의료가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철학과 문학에서 빌려 온 생각들이 필수적이라고 믿으면서 인문학과 예술을 쓰고 읽고 공부한다는 것이 의사와 환자에게 무엇을 행하는가?”, “타인이 자신을 설명하는 내용을 능숙하게 수용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인정하고, 흡수하고, 해석하고, 감동하여 행동하는 능력이 어떻게 보건의료를 강화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여 년 동안 이론과 개념을 정립하려고 애써왔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고자 시도했다는 저자들의 믿음과 생각과 방법들을 읽고 있으면, 어느 순간 가슴이 뛰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질환과 돌봄에 관해 쓰도록 의사, 간호사, 환자들을 격려하고, 의과 대학생들에게 소설, , 질환 이야기를 읽는 방법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글이나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고,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같이 모여 훌륭한 예술 작품을 같이 감상한 후 그 작품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자신의 내적 여행을 서로 나누게 하는 리타 샤론의 Narrative Medicine Program의 실천들을 우리나라에서 똑같이 모방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우리나라 의료인들과 아픈 이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그리고 서로의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이 그들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고, 의료시스템이나 교육시스템 역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의 깊게 듣는 역량과 다른 사람의 서사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냄으로써, 환자의 말과 느낌을 다시 돌봄의 중심에 위치시키고, 환자들의 차마 꺼내지 못한 말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고, 환자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을 인지하고 질병의 혼란을 견딜 수 있도록 돕는 역량을 향상시키고, 그리하여 환자들이 의사들을 내 편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려 한다는 Narrative Medicine의 기본 정신과 목표는 그 실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목표일 것이다. 그래서 역자(김준혁)은 이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의료인과 환자가 문학을 진지하게 읽으면 우리의 의료는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의 구성은 흥미롭게도 이론을 다룬 장과 그 원칙이 교육이나 임상 업무에서 어떻게 수행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짝을 이루고 있다. 저자들의 이론적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같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상호주관성은 문화연구를 통해 관계성의 문학적, 비평적 근거를 설명하는 1장과 이 개념이 Narrative Medicine 교실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2장으로 구성되어있다. 2이원론, 개인성, 체화가 보건의료에서 상호주관적 관계의 장애물로 간주되는 정신/신체 이원론 개념을 다룬다면, 3교육과 정체성에서 서사성과 정체성을 교실 공간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특히 흥미로운 4자세히 읽기에서는 문학 텍스트를 자세히 읽기(close reading)기 어떻게 Narrative Medicine의 근본 원칙을 반영하고 표현하는지 개념과 실제를 풍부하게 다루고 있고, 5창의성은 창의성의 이론적 측면과 창의적 불꽃을 튀기기 위해 임상 환경에서 사람들을 격려하는 교육학적 방법을 같이 다룬다. 자신들의 이론과 실천이 정말로 유용한지 검토해보는 6장과 Narrative Medicine이 어떻게 의료인과 환자에게 강한 연합을 부여하고 어떻게 서로의 관심을 인정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7장은 의료계에 자신들의 주장을 납득시키기 위해 정교하고 치밀하게 시도하는 저자들의 노력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질환을 다루고 회복을 지지하며 건강을 되돌리려는 모든 일을 의학이라는 말로 지칭하고 싶다고 말하는 리타 샤론은 이 책의 서론을 우리는 보건의료의 서사적 비전에 미래가 있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그것은 아픈 이들에 대한 돌봄이 존엄과 인정에 기반을 둘 수 있다는 것이며, 보건의료에 삶을 맡기는 모두가 개인적 풍성함을 누릴 것을 상상하는 일이다. 이 비전을 위해 우리의 작업을 바친다.”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이 두꺼운 책의 끝에서 다시 돌아와 서론의 이 마지막 구절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이 책에 유난히 애착이 갔던 이유가 단지 Narrative Medicine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교한 주장과 흥미로운 방법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비전을 위해 우리의 작업을 바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비전우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앞으로 그러한 우리를 만들어갈 모든 사람에게 이 짧은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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