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기능이 부족하면 일어나는 일 (1)
“간에서 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간은 몸에 있는 거대한 공장입니다.” “간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치명적입니다.” 초, 중고시절 생물 시간에 선생님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얘기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간이 충분히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 즉 간기능이 잘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간이 무슨 일을 하는 장기이기에 간기능 이상이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말인지 명확히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
이제부터, 간, 간기능 그리고 간기능검사가 무엇인지, 간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어떤 검사를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그리고, 간기능검사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우선, 간에서 하는 일이 무엇이고 간기능 이상이 발생했을 때 어떤 문제가 나타나는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상 간에서 일어나는 주요 기능들은 1) 포도당 대사, 2) 저장, 3) 합성, 4) 제거, 해독 및 배설 기능이다.
1) 포도당 대사
첫 번째로 간에서 일어나는 포도당 대사에 대해 알아보자.
간은 혈액내 포도당 농도를 조절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포도당은 에너지 생성과 각종 대사에 필수적이고 특히 두뇌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불가결한 요소이므로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따라서, 저혈당이나 고혈당은 모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간이 담당하는 포도당 조절기능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위장을 통해 영양소들이 체내로 흡수된다. 물론 영양소들을 직접 혈액 내로 주입하는 경우에도 혈중에 영양소들의 농도가 높아진다. 이들 중 특히 단당류와 다당류를 총칭하는 탄수화물은 즉각적인 분해과정을 거쳐 혈당을 높이게 된다. 이와 같이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 경우, 혈중에 넘쳐나는 포도당은 수동 확산의 기전을 통해 간세포로 흡수된다. 이렇게 흡수된 포도당은 당분해작용(glycolysis)에 의해 대사되어 에너지를 생산하고 우리 몸의 주요 장기들이 이러한 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우리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뇌세포는 대부분의 경우 에너지원으로서 포도당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원인으로 인해서든지 인체에 포도당이 부족하면, 즉 심한 저혈당이 지속되면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도 간에 포도당이 넘쳐나면 간세포는 당원생성과정(glycogenesis)을 거쳐 당원(glycogen)을 합성한다. 이렇게 합성된 당원은 간세포 안에 일시적으로 보관된다. 그러나, 만약 각종 간질환으로 인해 간세포의 대사기능이나 저장기능이 감소하면 당원의 합성과 저장에 문제를 일으켜 일시적 고혈당이나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을 간세포의 기능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인슐린(Insulin)과 글루카곤(Glucagon) 같은 호르몬들이 혈중 포도당 농도에 따라 반응하여 분비됨으로써 다양한 대사작용을 매개하여 혈중 포도당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호르몬의 분비와 호르몬에 대한 반응 등에 의해 저혈당 혹은 고혈당의 발생 여부와 그 정도가 결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반면에, 수면 후나 장시간 동안 식사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혈중 포도당 치가 낮아지게 마련이다. 혈중 포도당 치가 낮아지면 간세포들은 일차적으로 당원을 분해(glycogenolysis)하여 포도당을 생산한다. 한편, 이러한 대사과정을 통해 생산된 포도당이 충분치 않을 경우에는, 단백질이나 지방으로부터 포도당을 만들어낸다. 이를 당신생(gluconeogenesis)이라 일컫는다. 이렇게 생산된 포도당이 혈액으로 유리(release)됨으로써 혈중 포도당 치가 적절하게 조절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도 인슐린과 글루카곤 같은 호르몬들이 관여한다.
간세포 괴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즉 급성 간부전증 혹은 심한 급성간염 환자의 경우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 저혈당은 일반적으로 혈당이 50 mg/dl 이하일 때를 말한다. (*정상혈당은 공복 60~120 ㎎/㎗, 식후 2시간 140 ㎎/㎗ 이하) 사람마다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는 혈당 수치는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의 저혈당 기준을 50 mg/dl 이하라고 정할 수는 없다. 저혈당 증상으로 흔히 무력감, 식은땀, 현기증, 흥분,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 두통,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저혈당이 오래 지속될 경우 경련이나 발작이 나타날 수 있고 쇼크가 초래되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저혈당 환자의 경우, 정기적인 혈당 검사와 함께 필요량의 포도당을 비경구적으로 투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 당뇨병이 병발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 발생기전에 대해서 아직까지 일치된 의견이 없지만, 흔히 인슐린 저항성과 간세포기능의 저하가 그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진행성 간경변증 환자들 중 다수는 간세포의 포도당 대사기능과 저장기능이 부족해짐으로써 혈액내 포도당 균형을 유지하지 못함으로써 당뇨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만성 간질환 환자를 관리하는데 있어서 당뇨병의 발생 여부를 세심히 추적관찰하고 필요에 따라 적절한 혈당을 조절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2) 저장
다음으로 간의 저장 기능에 대해 살펴보자
간은 우리 몸의 대사작용에 필요한 주요 물질들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당원(glycogen)을 저장하여 필요할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아연, 철분, 구리 등의 무기질, 비타민B와 C 그리고 지용성 비타민들인 비타민A, D 및 K를 저장하는 주요 장기이기도 하다. 간기능이 저하되었을 때 인체에 비타민 부족이 나타나는 것은 간세포의 저장기능 감소와 함께, 간세포에서 비타민A 합성 혹은 비타민D 활성화 등 다른 대사기능의 장애가 동반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비타민K의 결핍은 혈액응고 장애를 초래하여 심각한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비타민K는 간에서 혈액응고인자II, VII, IX 및 X을 합성하는데 그리고 혈액응고 조절인자인 단백질C 와 단백질S의 생성에 필요한 카복시화(carboxylation)반응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따라서, 비타민K 결핍이 발생할 경우, 응고인자 생성에 장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심각한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간부전증의 경우, 즉 간세포의 기능이 부족하여 출혈 경향이 생기는 사례의 대다수는 간세포의 비타민K 저장기능 부족보다 단백질 합성기능 저하가 보다 중요한 원인이다. 다시 말해, 간부전증 환자에서 간세포의 비타민K 저장기능이 감소함으로써 출혈 경향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런 환자에게 비경구적으로 비타민K를 충분히 보충하여도 출혈 경향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간부전증 환자에서 간세포의 합성기능 역시 저하되어 있고 출혈경향을 초래하는 데에 혈액응고인자의 합성이 보다 더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간세포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급성 혹은 만성 간질환 환자들은 간의 저장기능이 부족하여 저혈당이나 일시적 고혈당 혹은 무기질이나 비타민의 부족을 겪기 쉬우므로 이러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합병증의 발생 여부를 추적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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