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간질환을 두려워 하는가? (2)
1) 간질환을 두려워하는 이유
그러면 이제 환자들이 왜 간질환을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간질환이 발생하면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차근차근 검토하기로 하자.
간염은 문자 그대로 간에 염증이 생겨 간세포가 파괴되고 이로 인해 간기능이 줄어드는 질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기능의 부족을 염려해야 하는 간염 진단을 받으면
두려워질 수밖에 없다. 간기능의 부족이 앞으로 초래할 위험이 걱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 느끼는 불안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다.
간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성 간질환이 발생하여 장기간 간이 파괴되면 여러 가지 변화들이 연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 간이 파괴되면 간기능이 저하되고 이에 따라 온몸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한다. 간에서 합성하는 포도당, 단백질 등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들, 간에서 해독(?)하고 배설해야 하는 대사 물질들이 몸에 축적되어 나타나는 증상들, 등등. 그 외에도, 간세포 부전증(*Hepatocellular Failure: 간세포의 기능이 감소한 증후군)이 발생하면 우리가 정상적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여러 기능들이 부족하게 된다. 즉, 출혈이 흔히 발생할 수 있고, 각종 미생물에 대한 감염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또한 혼수를 일으키거나 복수 및 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합병증 발생의 자세한 기전에 대해서는 추후에 좀 더 상세히 기술하고자 한다.
지속적으로 간세포가 파괴되면 잇달아 간섬유화가 진행되고 재생결절들이 생성되기 때문에 간의 형태가 차츰 일그러진다. 이런 변화가 심해진 상태를 우리는 간경변증이라 일컫는다.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면 문맥의 압력이 상승함으로써 복수와 부종이 발생한다. 또한 위-식도 정맥류가 발생함으로써 심각한 위장관 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며 문맥-전신계 측부순환로(porto-systemic collateral)를 통해 장내 세균들이 혈액으로 침범할 가능성이 높아져서 패혈증을 일으키는 등 치명적인 합병증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적지 않은 만성 간질환 환자들에서 간암이 발생한다. 간섬유화 그리고 이어서 발생하는 간세포 재생과정에 동반되는 세포 내외의 다양한 경로들이 간암의 생성과 증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성 간질환 환자들은 간암의 발생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즉, 이것이 환자들이 간염을 두려워하는 중요한 이유들 중 하나인 것이다.
2) 간염의 자연경과
그러면, 간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먼저 고찰해 보자. 그 원인을 알면, 간염을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질병의 진행을 막거나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간염의 원인으로는, 각종 간염바이러스들, 단순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만을 나타내는 여타 바이러스들, 알코올, 민간요법에 사용하는 물질들, 현재 다양한 질병에 치료제로 쓰이는 여러 약제들, 비만과 당뇨 등에 의한 지방간 그리고 아직까지 자세하게 밝혀지지 않은 여러 원인들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몇 가지 노력을 통해 간염을 예방함으로써 간기능을 보존하고 다양한 합병증들의 발생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알코올 섭취나 간에 독성을 가진 약물과 물질들의 섭취를 제한함으로써, 체중을 관리하고 당뇨 치료를 철저히 함으로써 우리는 간을 보호할 수 있다.
간염은 어떤 자연경과를 거치며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는가?
일단 간염이 발생한 경우에 이에 대한 일반적인 치료는 원인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능한 한 예측되는 합병증을 예방하고, 합병증이 발생하면 이를 조기에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를 통해 간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급성 간염 환자들은 합병증만 잘 관리하면 일정시간 내에 자연적으로 완치된다. 물론 일부분 환자들의 경우 상태가 급속히 악화하기도 한다. 급성 전격성 간염(*Acute Fulminant Hepatitis: 매우 빠르게 간세포가 파괴되어 급속히 간세포 부전증에 빠지는 간염) 혹은 급성 간부전증(*Hepatic Failure 간세포부전증과 동의어로 사용됨)의 임상상을 나타내며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환자들이 겪는 치명적인 합병증은 대부분 간세포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환자가 가지고 있는 간기능의 변화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추적하여 간세포기능의 부족, 즉 간부전증의 발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간기능을 도와줌으로써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내과적 치료의 핵심이다. 또한, 간이식 수술과 같이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적시에 시행할 수 있도록 정확한 임상판단을 하기 위해서도 환자의 간기능에 대한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물론, 급성 간염이 완치되지 않고 만성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만성 간질환 환자들의 경우에도 역시 간기능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간기능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정기적인 간기능 검사를 통해 간기능의 이상소견을 조기에 발견하고 그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함으로써 간기능의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잔여 간기능의 보존과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약 4분의 1의 감염자들은 자연경과 중 아무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간기능검사상 이상소견을 나타내지 않거나 혹은 경미한 이상소견만 보인다. 또한, 80 내지 90%의 급성 B형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들은 완치된다. 즉, 간기능이 정상화되고 몸에서 바이러스가 사라진다. 만성간염 환자의 경우에도 많은 예에서 간의 염증이 사라지고 간기능도 정상화된다. 물론, 일부 환자들의 경우에 간염과 간섬유화가 반복되어 간경변증 그리고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환자들은 합병증으로 인하여 사망이 이르기도 한다. 한편, 간경변증이나 간세포암종 환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간세포 부전증(간단히 간부전증이라고도 함)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만성 간질환 환자들은 간기능이 부족해짐으로써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른다.
많은 급성 B형 간염 환자들이 완치되지만, 일부 환자들은 간부전증이나 만성 간질환의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다. 따라서, 정기적인 간기능검사를 이용한 철저한 관리가 간염 환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의학 교과서들은 간질환을 급성간염, 만성간염, 간경변증 그리고 간세포암종의 순서로 구분하여 설명하여 왔다. 간질환이 발생하여 진행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설명하기 위함이다.
간염은 간의 염증이나 그 원인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눈다. 대부분의 급성간염은 6개월 이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그러나, 급성간염 환자들 중에도 간염이 심하여(전격성 간염)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으므로 환자에 따라서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간염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간염으로 구분한다. 이 경우에는 간염의 원인이 인체에 지속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간염이 계속되거나 간헐적으로 반복된다. 따라서 장기간의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것이 만성간염을 급성간염과 구분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이, 만성간염은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하여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경과를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병명인 만성간염 환자라 할지라도 환자가 질병의 경과 중 어느 지점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간기능과 합병증 그리고 문제들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또한, 간세포 괴사의 속도,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 혹은 잔여 간기능의 양이 매우 다양하여 간부전증이 나타날 확률이 천차만별이므로 모든 환자들을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만성간염과 간경변증 역시 이런 관점에서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생각해야 한다. 간경변증을 동반한 사람들은 만성간염만 있는 환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세포기능이 적고 간섬유화에 의한 변화들을 좀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간질환을 급성간연, 만성간염 그리고 간경변증으로 나누어 병명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보다, 간질환의 진행에 따라 나타나는 구조적 및 기능적 변화들을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이해하는 것이 만성 간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좀 더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우리는 다양한 원인으로 유발된 간질환들을 잔여 간기능의 양에 따라 재구성할 필요를 느낀다. 간질환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끝내 환자의 예후나 생존 기간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인자는 환자의 잔여 간기능이기 때문이다.
정상 간기능을 가진 사람에게 약간의 간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간염이 발생한다고 해서 당장에 무슨 심각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리가 간기능을 여유 있게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사 어느 정도의 간기능을 잃는다 해도 생존에 문제가 생기거나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정확한 통계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태어날 때 가지고 있던 간기능을 절반 정도 잃는다 해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간을 ‘침묵의 장기’라 칭하기도 한다.
만성 간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는 어떠한가? 만성 간염 환자들에게 급성 간손상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큰 흔적 없이 회복하여 무사히 위기의 순간을 넘긴다. 비록 당시에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겪을 수 있지만, 급성기를 지나면 대부분 이런 증상도 사라진다. 물론, 극히 일부 환자들이 심한 간손상으로 인해 치명적인 상황을 맞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간세포 손상이 아주 심하고 간기능이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에 한한다. 한편, B형이나 C형 간염 환자나 알코올성 간염환자들이 금주를 하지 않는 경우와 같이 만성적으로 반복적인 간손상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이런 환자들은 만성간염과 간경변증을 거치면서 간세포의 기능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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