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분석을 통한 간기능검사 돋보기 (1)
지금까지 우리는 간기능검사의 종류와 방법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하였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검체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는 검사법들도 선별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간기능검사들을 임상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효율적인지에 대한 검토도 마쳤다. 더욱이, 앞 장에서 우리는, 간기능검사를 해석함에 있어서 주어진 자료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는 기술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논의하였다.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이고 싶은 요리사에 비유한다면, 어떤 김치찌개를 끓일지 구상을 마치고 필요한 재료와 요리 도구를 모두 준비하였으며, 숙련된 요리사로부터 레시피도 전수받았다. 이제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의욕에 넘친 요리사는 자신만만해할지 모른다. 지금까지 열심히 연구하고 준비했으니 김치찌개는 분명히 맛있을 거라고 믿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만은 금물이다. 우리의 목표는 ‘먹을 만한’ 김치찌개가 이니라 정말로 ‘맛있는’, 누구나 칭찬하는 그런 김치찌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 우리는 좀 더 우리의 기술을 수련할 필요가 있다. 수련과정 속에서 우리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미숙한 기술을 좀 더 세련되게 갈고 닦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얻고 싶어하는 기술이 임상적으로 유용한 것인지, 숙련된 요리사의 레시피가 진정 유익한 것인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 수련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궁극적으로 간기능검사를 임상에서 잘 활용하여 환자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장이 끝날 때까지 함께 생각을 맞추어 나간다면 우리는 반드시 매우 유용한 임상 기술 한 가지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 간기능검사의 효율적 임상 적용을 위한 우리의 ‘생각 맞추기’를 시작해보자. 필기도구는 필요 없다. 참고서를 뒤적일 필요도 없다. 현미경도 필요 없다. 의자 깊숙이 몸을 묻고 시작해도 좋다. 고단하면 좀 쉬었다가 다시 가도 상관없다. 함께 생각을 맞추기만 하면 된다.
사례연구에는 필자가 그 동안 직접 경험했던 환자의 임상자료를 활용할 예정이다. 실제로 임상에서 얻은 생생한 자료들이기 때문에 약간 거친 부분이 있기도 하겠지만 있는 그대로 제시하고자 한다. 명확한 분석이 불가능한 경우라도 가능한 설명을 붙여가며 우리의 논의를 진행하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앞으로 임상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을 가감 없이 의논하는 자리로 삼고자 한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실제의 임상자료가 주는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질환의 여정을 함께했던 환자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 먹먹해지는 일이다. 우선, 오랫동안 필자의 진료실을 찾았던 환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우리의 선생님이 되어 주심에 경의를 표한다.
한 가지의 간단한 문제를 가진 사례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의 복잡한 문제들이 혼재하는 사례로 나아갈 예정이다. 그러므로, 간단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단계에서 기본기를 닦아 두어야 나중에 복잡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 당황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어릴 적 태권도를 배우던 시절이 생각난다. 빨리 격파와 돌려차기를 하고 싶은 필자에게 한 달이 지나도록 앞지르기와 기합만 연습 시키던 사범님이 얼마나 야속하던지…... 하지만, 마침내 검은 띠를 따던 날, 고마운 마음에 그 엄한 사범님을 와락 껴안았다.
간기능검사 결과가 정상인지 아니면 비정상인지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검사항목의 정상범위가 중요하다. 그런데, 어떤 검사 항목의 정상치 혹은 정상범위는 검사방법에 따라
그리고 검사기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참고치를 하나로 정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필자가 오랫동안 근무하였던 병원의 참고치를 기준으로 제시한다. 이 책에 제시한 간기능검사 자료들이 대부분 필자가 경험한 환자들로부터 얻은 것들이고, 필자가 근무했던 병원이 우리 나라의 대표적 대형병원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임상병리학적 검사결과의 신뢰도가 매우 높은 편이며, 마지막으로 필자가 오랫동안 다루어온 자료이기 때문에 필자에게 익숙하고 이를 이용해 설명하는 것이 비교적 과오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설이 너무 길었나 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하자.
1) 일 회의 간손상 후 간기능검사 이상소견을 보인 사례
처음에 소개할 사례는 허혈성간염 환자이다. 환자는 간세포암종 치료를 위해 화학색전술을 받고 반복적 간기능검사를 이용하여 경과를 관찰하였다. 이 환자의 기저질환은 잠시 접어두고 화학색전술 후, 즉 일 회의 허혈성 간손상 후, 간기능검사 결과가 어떤 변화를 나타내는지 살펴보자.
우선, 간세포 괴사와 관련된 검사항목인, 혈청 GOT치와 혈청 GPT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하기로 하자. 앞 장에서 설명한 대로 시간경과에 따라 간효소 수치와 GOT/GPT비가 변화하는지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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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회의 간손상 후 나타난 혈청 GOT치, GPT치, GOT/GPT비의 변화
화학색전술 전 1일 후 2일 후 3일 후 5일 후 혈청 GOT 44 IU/L 252 426 127 51 혈청 GPT 48 IU/L 104 262 154 72 GOT/GPT비 0.9 2.4 1.6 0.8 0.8 정상범위: 혈청 GOT; <40 IU/L, 혈청 GPT; <40 I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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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혈청 GOT치와 혈청 GPT치의 정점은 어느 시점에 있을까요?
주어진 자료는 숫자로 표시되어 있지만 여러분은 머릿속으로 시간 경과에 따른 혈청 GOT치와 혈청 GPT치의 변화를 그래프로 그릴 수 있을 것이다. 혈청 GOT치와 혈청 GPT치는 간손상 후 점차 증가한다. 두 검사항목은 치료 후 2일째 검사한 수치가 가장 높다. 그리고, 3일째에 수치부터 낮아진다. 따라서, 혈청 GOT치와 혈청 GPT치의
정점은 치료 후 2일에서 3일 사이에 있을 것이다.
Q2. GOT/GPT비의 정점은 언제 관찰되는가?
GOT/GPT비는 처음에 1 미만이다가 간손상 후에 1 이상으로 상승했고 이어서 다시 1 미만으로 하락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위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GOT/GPT비의 정점은 치료 후 1일과 2일 사이이다. 혈청 GOT치나 혈청 GPT치의 정점보다 GOT/GPT비의 정점이 빨리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혈청 GOT의 반감기가 혈청 GPT치에 비해 짧기 때문이다.
Q3. 혈청 GOT치와 혈청 GPT치의 정점 중 어떤 것이 시간적으로 앞서 있는가?
치료 2일째와 3일째 수치를 비교해 보면, 혈청 GOT치의 감소의 크기가 GPT치보다 훨씬 크다. 이런 소견과 더불어 혈청 GOT치나 혈청 GPT치의 정점보다 GOT/GPT비의 정점이 빨리 나타나고 있는 점을 종합하면, 혈청 GOT치의 정점이 GPT치의 정점보다 빨리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분의 머릿속 그래프가 필자의 설명과 일치하길 간절히 바란다.
Q4. 화학색전술 전의 혈청 GOT치와 혈청 GPT치가 정상범위보다 높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환자는 간세포암종으로 진단된 사례이다. 간세포암종은 기저질환으로 만성 간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이 환자의 기저 혈청 GOT치와 혈청 GPT치가 정상치보다 높은 것은 기저 간질환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저 간질환 이외에 간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이 존재할 수도 있다. 아무튼, 이 환자의 경우 간수치 상승은 아주 가벼운 정도이고 다른 간기능검사 항목에 이상소견이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화학색전술 등의 치료를 진행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러면, 같은 사례의 추가 자료를 좀더 살펴보기로 하자. 이번에 제시할 추가 자료는 빌리루빈의 배설 기능과 관련된 것들이다. 혈청 빌리루빈, 소변 빌리루빈, 소변
우로빌리노겐 그리고 대변색에 유의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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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회의 간손상 후 나타난 혈청 빌리루빈, 소변 우로빌리노겐 그리고 대변색의 변화
화학색전술 전 1일 후 2일 후 3일 후 5일 후 혈청 GOT 44 IU/L 252 426 127 51 혈청 GPT 48 IU/L 104 262 154 72 GOT/GPT비 0.9 2.4 1.6 0.8 0.8 혈청 빌리루빈 (전체) 0.7 mg/dL 1.1 1.9 1.8 1.2 소변 빌리루빈 - - - - - 소변 우로빌리노겐 - - - + - 대변색 노란색 노란색 노란색 노란색 노란색 정상범위: 혈청 GOT; <40 IU/L, 혈청 GPT; <40 IU/L, 혈청 빌리루빈 (전체): 0.2 – 1.2 mg/d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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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혈청 빌리루빈치의 정점은 언제이고, 그것은 혈청 GOT치 그리고 혈청 GPT치의 정점보다 앞에 나타나는가 혹은 뒤에 나타나는가?
환자의 간기능검사 결과에서 관찰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혈청 빌리루빈치는 간손상 후 빠른 속도로 상승하였다가 점차 감소하였다. 혈청 빌리루빈치는 치료 후 2일에서 3일에 가장 높다. 치료 후 2일치와 3일치가 유사한 것을 감안하면 혈청 빌리루빈치는 시간적으로 3일째에 근접할 것이다. 그러므로 혈청 빌리루빈치의 정점은 혈청 GOT치나 혈청 GPT치의 정점보다 시간적으로 뒤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분도 필자와 같은 그래프를 그리고 있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
Q2. 간손상 후에 소변 빌리루빈, 소변 우로빌리노겐 그리고 대변색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소견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간손상 후 혈청 GOT치, 혈청 GPT치 그리고 혈청 빌리루빈치의 변화는 우리가 예측했던 대로 전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변 빌리루빈, 소변 우로빌리노겐 그리고 대변색에는 두드러진 변화가 없다. 소변 빌리루빈과 대변색에서는 특별한 변화를 발견하지 못했고, 치료 후 3일째 검사한 소변 우로빌리노겐만 +의 소견을 나타냈다. 아주 미미한 변화이기 때문에 무어라 설명을 붙이기에도 부족하다.
이와 같이, 혈청 GOT치, 혈청 GPT치 그리고 혈청 빌리루빈치의 상승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소변 빌리루빈, 소변 우로빌리노겐 그리고 대변색에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환자의 잔여 간세포기능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서, 생산되는 빌리루빈을 처리하는데 크게 부족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간손상이 경미하거나 간세포의 잔여 기능이 충분히 여유로우면, 간손상 후에 혈청 빌리루빈치도 상승하지 않고 정상범위에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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